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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30일(목요일)

남해화학, 반도체 황산제조사업 ‘깜깜이 계약’ 논란

반도체 수요 급증에 자회사 설립
여수산단에 고순도 황산공장 조성
당초 사업 제안한 특허기업 배제
설계기술도 없는 특정업체와 계약
법적분쟁 우려한 일부 임원
결재 거부사태에도 강행 정황
2022. 09.21(수) 09:08확대축소
▲<e대한경제>가 입수한 남해화학 내부 문건. 부사장 결재란이 공란으로 비어 있다. 남해화학 하모 사장은 ‘(부사장이 제기한) 이슈 관련 문제가 발생할 경우 부사장 등은 면책한다’고 적시했다.
농협중앙회 계열사인 남해화학이 추진 중인 ‘반도체용 고순도 황산’ 제조사업을 둘러싼 잡음이 번지고 있다.

당초 사업을 제안했던 고순도 황산 제조 기술 특허를 보유한 기업은 배제한 채 이들보다 한 단계 낮은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특정업체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남해화학은 지난해 말 계열사인 NES머티리얼즈를 설립하고 반도체용 고순도 황산 제조 사업에 진출했다.




최근 4차 산업이 부상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관련 설비 투자도 증가하고 있는 만큼, 반도체용 화학제품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고순도 황산은 반도체 웨이퍼 생산 과정에서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세척제로 사용되는 필수 화학제품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제조사들은 하루 1000톤가량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해화학이 70%, ENF테크놀로지가 20%, 삼성물산이 10% 지분을 갖고 있는 NES머티리얼즈는 지난 4월부터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에 반도체용 황산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당초 이 사업은 고순도 황산 제조 기술 특허를 가진 한국맥코이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남해화학의 비료 생산 부산물인 SO₃(삼산화황)을 모아 10ppt 이하의 고순도 황산을 채취하면 사업성이 뛰어나다는 게 맥코이 측의 제안이었다.




현재 우리나라 고순도 황산 시장을 이끌고 있는 고려아연도 맥코이의 특허 기술을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남해화학은 2020년 대표이사 교체 과정에서 돌연 입장을 바꾼 이후 맥코이가 아닌 동우화인켐과 라이센스 계약을 맺었다. 남해화학은 전자공시를 통해 정상적인 공개입찰 과정을 거쳤다는 입장인 반면, 맥코이 측은 ‘특정업체와 사실상 수의계약을 맺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동우화인켐이 고순도 황산 생산 실적은 갖고 있지만, 설계 기술이나 관련 특허는 없다는 점이다.




동우화인켐은 일본의 스미토모화학의 100% 자회사로, 2015년부터 맥코이의 기술로 고순도 황산을 생산하다 2019년 원료 문제로 생산을 중단했다.

맥코이 관계자는 “동우화인켐은 맥코이의 특허기술을 이용해 단순 생산ㆍ관리만 해오던 업체”라며 “사업을 제안하고 원천기술을 보유한 업체를 배제한 뒤 특허권도 없는 업체와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남해화학은 기술도입료 명목으로 동우화인켐에 60억원을 건네며 ‘깜깜이 계약’을 맺었다”며 “문제가 시정되지 않을 경우 소송전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업 추진 과정에서는 법적 분쟁 등을 우려한 남해화학 고위 임원의 ‘결재 거부 사태’까지 벌어졌다.

지난해 5월 작성된 남해화학 내부 문서에 따르면, 화학 전문가인 A부사장은 “제품 성능보장 기준 미달 시 기술료 회수 등 페널티 적용 조항을 배제할 경우 법적 분쟁 소지가 있다”는 우려와 함께 “선급 및 일부 기성금이 지급된 상태에서 동우화인켐 측의 사업불이행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며 관련 문서 결재를 거부했다.





남해화학 하모 사장은 해당 문서에 ‘(A부사장이 제기한) 이슈 관련 문제가 발생할 경우 (결재하지 않은) 부사장 등은 면책한다’고 적시했다.

이에 따라 향후 생산된 제품 수준이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 민ㆍ형사상 책임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부장검사 출신의 A변호사는 “(맥코이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 회사 내부적으로 임원이 결재까지 거부하며 이의를 제기했는데도 그대로 사업이 추진됐다면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고의가 있다고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품질 수준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거나 사업이 계획대로 이행되지 않아 실제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물론, 형사적으로도 업무상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남해화학 측은 “모회사인 농협중앙회와 협의 절차를 거쳐야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을 수 있다”면서도 “업체 선정 등은 사전에 충분한 검토와 경영진ㆍ이사회 등의 판단을 거쳐 결정된 사안으로,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황산 제조 공장 건설은 착공 이후 아무 문제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대한경제>는 남해화학이 공식 입장을 내놓는 대로 후속 기사를 보도할 예정이다.




리얼타임뉴스 발행인 lch52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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