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사의 수용한 윤 정부, 의대 정원 문제엔 ‘강경’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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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사의 수용한 윤 정부, 의대 정원 문제엔 ‘강경’ 왜?

이종섭 문제와 의대 정원 문제에 여론 시선 엇갈린 점 의식한 듯

(좌측부터) 윤석열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뉴시스 출처 : 시사포커스(http://www.sisafocus.co.kr)
[리얼타임뉴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혐의를 받아온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임명된지 25일 만에 스스로 사의를 표한 데 대해 정부가 수용하면서 이 문제는 정리되는 모양새지만 의정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의대 정원 증원 문제에 대해선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 사안에 대해 다른 반응이 나오는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총선 우려한 與, ‘이종섭 사의’ 촉구하자 정부서 수용…정권심판론 완화될까

김경진 국민의힘 서울 동대문을 후보는 29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정권심판론이 대단히 강해졌고 그 흐름이 수도권까지 같이 연결해서 미쳤다 이렇게 봐야 될 것 같다. 국민들 사이에선 대통령이 국민의 아픔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이 좀 약한 게 아닌가 이런 판단들이 있는 것 같다”며 “대통령이라고 하는 정치지도자는 자신의 잘잘못이 아니라 세상의 아픔이라고 하는 십자가를 본인이 지고 가야하고 무게를 감당해야 된다. 굳이 한다면 채 상병 묘소를 찾고 부모님을 한 번 더 위로하는 게 어떨지, 지금 해병대 수사단장 기소돼 있는데 공소 취소하는 것은 어떨지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후보는 “민심이 이 문제에 대해 여전히 제대로 해결 안 됐다고 생각한다면 이 대사를 그만두게 하면서 다함께 채 상병 묘소 찾아뵙고 부모님 위로하고 장관과 대통령이 이렇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지 않을까. 국민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으며 심지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 대사 사퇴를 대통령실에 직접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래선지 정부는 이날 낮 외교부 출입기자단에 공지한 문자 메시지를 통해 “이 대사 본인의 강력한 사의 표명에 따라 임명권자인 대통령께 보고 드려 사의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국민의힘에선 같은 날 오후 박정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이 논평을 통해 “국민의 회초리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국민의힘은 민심에 순응하며 민심을 따르고, 실천하고 있다. 공세와 공작에 혈안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가장 선명한 차이”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 대사를 둘러싼 의혹을 두고 제대로 된 수사는커녕 소환조사조차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수사 준비도 안 된 사안에 대해 수사기관이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적 현안에 뛰어들어 불을 지폈다. 공수처는 언론플레이를 했고 민주당은 기다렸다는 듯 정치공세에 화력을 집중했는데 언론플레이와 정치공작에도 국민의힘은 민심을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 위원장 역시 이날 오후 경기 안산시 지원유세에서 “이 전 대사가 자진사퇴했다. 여러분이 뭔가 불편하고 이상하다고 느끼면 우리는 한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눈치만 본다. 여러분에게 선택받고 싶고 사랑 받고 싶다”며 민심 뜻대로 실행했음을 강조함으로써 이 대사 논란을 매듭지으려 했는데, 그간 이 대사 사안을 고리로 정권심판론에 한층 불을 붙이던 야권에선 이 대사의 자진사임으로 인해 이제 공이 해당 사건 수사를 맡은 공수처로 넘어감에 따라 이 문제를 계속 확대시키기 쉽지 않게 됐다.

◆ 의정갈등도 정부에 타협 호소한 與 “국민 피로감 느껴…유연성 보일 필요”
이 뿐 아니라 여당에선 의대 정원 증원 문제에 대해서도 타협적 자세를 취해줄 것을 정부에 호소했는데,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바 있는 ‘친윤’ 인사인 권영세 국민의힘 서울 용산 후보는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최초 우리 지지율이 올라가다 떨어진 것은 이 대사 문제와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부적절한 발언이 원인이었다면 지금은 의정갈등이 주요한 부담으로 남아 있다”며 “의사 집단과 갈등을 계속해서 빚고 그걸 풀어내지 못하는 부분, 국민이 병원에 갔을 때 실질적으로 불편을 느끼는 부분에 대해선 피로감을 느끼고 오히려 부정적 요소로 변화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권 후보는 ‘2000명 배정이 끝나 건드릴 수 없다’는 정부 반응에 대해서도 “대통령께서도 유연하게 나가라고 얘기했고 한 위원장도 ‘모든 이슈가 숫자까지 포함해 대화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얘기했는데 그 부분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궁극적으로 2000명을 가더라도 그 2000명에 도달하는 것을 좀 미룰 수도 있고 점진적으로 할 수도 있다. 유연성을 보이는 게 좀 필요하지 않나”라고 제안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이 전날 ‘의협 손에 국회 20~30석 당락이 결정될 만한 전략을 갖고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의사 표가) 14만 표면 대개 여기서 저기 몇백표, 몇천 표로 좌우될 수도 있고, 의사가 대부분 서울에 몰려있으니까 영향 줄 수 있겠다”고 전망했으며 “의사들이 지방에 갈 수 있게 만드는 요인이라든지, 기피 과로 잘 안 가는 부분을 시장 원리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거나 수가에 변경을 주는 등 시장 친화적인 유인책이 같이 논의 테이블에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정부에 당부했다.

비단 권 후보 외에도 김 후보 역시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선거 참패하고 나면 의료개혁이건 의사증원이건 하나도 할 수 없을 거다. 어차피 정치는 현실이고 차라리 지금 어떤 식으로 협의해서 1000명으로 한다든지, 700명으로 한다든지 최선보다는 차선이 가능하다면 그것도 방법”이라며 “(의사인) 안철수 의원이나 한 위원장에게 전권을 맡기고 그 해법을 따르도록 하는 게 지금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정부에 주문했다.

여기에 김 후보가 언급한 경기 분당갑 후보인 안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2000명 증원을 성역으로 남기면서 대화하자면 (의사들이) 진정성이 없다고 느낄 것이다. 우선 의사는 환자 곁으로 돌아오고 정부는 면허 취소 등 행정 조치를 철회하고 점진적 증원으로 가야 한다”며 “현재 전공의가 떠나가고 나이 든 전문의들로만 당직을 하고 있는데 한 달을 버티기 어렵다. 서울대 비대위 임원 등과 만나보면 충분히 대화할 용의가 있는데 정부도 2000명을 고집하지 말고 빨리 대화의 장에 나와야 한다”고 정부를 향해 호소했다.

특히 안 의원은 “우리나라 의료계는 필수의료 분야 의사 부족, 백신 등 제약회사 부족, 지방의료 부족 등 3대 문제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화를 시작해야 하는데 범사회적 의료개혁 협의체가 필요하다”며 “당은 정부와 달리 지역 민심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거대책위원장 같은 의사 출신들이 협상하고 있는데 이게 진전돼 문제해결까지 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급기야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 겸 선대위 총괄본부장도 이날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대 증원 문제와 관련 “국민들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고, 그런 점에서 이 문제가 최대한 빨리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게 당의 입장이다. 의제 제한 없이 건설적 대화가 이뤄져야 결국 타협점이 찾아질 수 있다는 당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저희들이 여당으로서 국민들게 부족했던 점들도 많이 있었고 대통령실에 국민들의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던 부분들도 있는데 이제 바뀌겠다. 그 진정성이 국민들께 닿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정부 “의료개혁, 전국민이 당사자…특정 직역과 흥정하듯 뒤집는 일 없다”
하지만 정부에선 이날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의사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열고 “의료개혁은 의사 직역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직접적인 당사자이며 의료개혁의 성패는 5000만 국민 생명과 직결된다. 5000만 국민을 뒤로 하고 특정 직역에 굴복하는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다수 국민이 원하는 의료개혁을 흥정하듯 뒤집는 일은 없을 것이다. 과학적 추계에 기반하고 130회가 넘는 의견수렴을 거친 정책적 결정”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오히려 박 차관은 의사들을 향해 “정부가 진정성 가지고 여러 차례 대화 제의를 하고 있음에도 교수들의 사직이 계속되고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되고 있는 이 상황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대화의 선결조건을 붙이는 것은 대화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며 “집단행동을 접고, 조건 없이, 형식의 구애 없이 대화의 자리로 나와주기 바란다. 국민 생명보다 더 귀한 것은 있을 수 없고 그것을 부정할 때에는 어떤 주장의 정당성도 확보되지 않을 것”이라고 의료계에 경고했다.

이에 의협 측도 정부와 ‘치킨게임’에 들어간 모양새인데, 임 의협회장 당선인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을 양보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한 것은 국민 생명을 담보로 러시안 룰렛을 하는 것이다. 가장 먼저 국민 안전과 건강을 살펴야 하는 정부와 갈등 조절해야 하는 여당이 그 기능을 전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만든 위기이고 현재 공은 정부여당에 넘어가 있는 상태다. 더 전향적인 자세로 나서준다면 의협도 국민 우려를 최대한 불식시킬 수 있게 나설 생각이 있다”고 다시 정부여당에 책임을 돌렸다.

심지어 임 당선인은 “의대 증원에 대해 원점서 재논의하지 않고 의사에 대한 법적 처분을 감행한다면 총선 캠페인·총파업 등을 통해 투쟁하겠다. 의사 출신 개혁신당 비례후보를 반드시 당선시킬 것이며 의협 손에 국회 20~30석 당락이 결정될 만한 전략을 갖고 있다”며 “의사들은 하루 동안 굉장히 많은 국민들을 만나고, 진료실에 들어오는 환자들과 의사들의 신뢰관계는 엄청나다. 진료현장에서 만나는 국민들한테 적극 설명드리는 방식으로 낙선운동을 하겠다”고 역공에 나서기도 했다.

이처럼 의정이 팽팽히 평행선을 달리는 흐름 속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빅5 병원’ 병원장 간담회를 열고 “병원장들께서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설득해주기를 당부드린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병원장들께서 중증·응급환자 중심의 비상진료체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부탁드리고 정부도 가능한 자원을 총동원해 지원하겠다”며 사실상 병원장들에게 의사들을 설득해줄 것을 주문했는데, 여당까지 타협을 제안해도 정부에서 ‘2000명 증원’을 철회하지 않는 데에는 이 대사 문제와 달리 여론이 지지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 26~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에게 무선전화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해 29일 공개한 윤 대통령 직무수행평가를 조사한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긍정평가가 전주와 동일한 34%를 기록하면서 3주 만에 하락세가 멈췄고 부정평가 역시 전주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윤 대통령 긍정평가 이유에서 ‘의대 정원 확대’는 1위(22%)를 유지한 데 반해 부정평가 이유에선 ‘경제·민생·물가’가 23%로 1위였고 ‘의대 정원 확대’는 8%로 3위인 것으로 나왔다.

다만 긍정평가 이유 1위인 ‘의대 정원 확대’가 전주보다 5%P나 하락했다는 점에 비추어 여당 내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 사안이 장기화될 경우 도리어 정부가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29일 오후 제5차 의료개혁 4대 과제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의료개혁을 지역소멸 문제와 연결시키면서 당장 ‘내달 출범할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와 협동해 지역의료 강화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과감하게 재정 투자에도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당분간 대통령 측이 먼저 물러서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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