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악화 속 ‘거취 압박’까지 받는 선관위,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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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악화 속 ‘거취 압박’까지 받는 선관위, 선택은?

선관위 찾아가며 압박 강화한 與…김필곤 상임위원 “감사원 감사, 받아야 한다고 생각”

이만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가 7일 오전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여당 의원들과 함께 항의 방문해 '특혜 채용' 의혹 관련 감사원 감사를 받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출처 : 시사포커스(http://www.sisafocus.co.kr)
[리얼타임뉴스]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여러 사례가 쏟아져 나와도 감사원 감사를 받을 가능성엔 선을 긋고, 위원장에 대한 거취 요구 역시 일축했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여론의 싸늘한 시선에 점차 자세를 낮추는 모양새다.

◆ 선거 앞두고 대거 ‘휴직’에 수백억 박물관 재추진도…노태악에 여론 ‘싸늘’

선관위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의혹으로 도마에 오른 선관위가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근 10년 간 가장 많은 휴직자 수를 기록한 것으로 밝혀져 한층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데, 특히 대량의 휴직자로 인한 공백을 계약직이나 기간제가 아니라 정규직 경력 채용 방식으로 메운 것으로 알려져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국회 부의장인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선관위로부터 제출 받은 ‘2013~2022년 연도별 휴직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07명(육아휴직 73명)이던 휴직자는 2021년 193명(육아휴직 140명)으로 1년 사이에 2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대선과 지선이 있었던 2022년에도 휴직자는 190명(육아휴직 109명)으로 집계됐고 휴직자 발생으로 인한 경력 채용 규모도 커져 2018년 26명에서 지난해에는 75명으로 4년 동안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신규 공개 채용은 동기 대비 110명에서 77명으로 줄어들었는데, 선관위 공무원 규칙에는 휴직자 업무를 대행하기 위해 시간선택제임기제 공무원 및 한시임기제 공무원을 채용할 수 있게 규정되어 있지만 경력 채용을 대폭 늘려 공백을 메웠다는 점에서 선관위 고위직간부 자녀들의 특혜 채용 경로로 활용된 게 아니냐는 시선을 받고 있다.

특히 정 의원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정한 선거 관리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선거 목전에 반복적으로 대거 휴직하는 관행을 국민들이 선뜻 납득할 수 있을지, 게다가 휴직자 업무대행을 위해 임기제 공무원을 채용할 수도 있었으나 정규직 경력 채용 방식을 고수, 자녀특혜채용 연루 선관위 간부 11명의 자녀 대다수가 이 같은 정규직 경력 채용 방식으로 선관위에 취업하다보니 선거행정직 신규채용은 감소해 누군가의 기회가 박탈당한 꼴”이라며 “선거관리 업무에 지장을 주는 수준의 휴직 폭증과 대체 정규직 채용이 반복되는 것은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 아닌지 뜯어볼 필요가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비단 이외에도 선관위는 300억원 규모의 선거박물관 건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사업은 이전에 기획재정부에 반납돼 무산된 바 있음에도 전 정부 시절인 지난 2019년 재추진되기 시작했으며 지난해에는 아예 한층 사업비 규모까지 키운 선거박물관 건립 용역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고 박물관 인원은 정규직 공무원 12명, 비정규직 공무원 및 무기계약직 16명에 한 해 운영비를 27억원으로 책정해 세계적 사례도 드문 ‘선거 박물관’을 만들어 선관위 퇴직 간부를 재임용하기 위한 창구로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 어린 시선이 여당에서 쏟아졌다.

이처럼 여러 가지로 선관위가 도마에 오르면서 여론의 시선도 싸늘한 실정인데, 여론조사전문기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가 지난 4~5일 전국 유권자 1005명에게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69.1%가 노태악 선관위원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고 사퇴할 필요가 없다는 답변은 16.2%에 그쳤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지지층에서도 사퇴해야 한다는 답변이 과반을 기록한 것으로 나왔으며 지역별로는 물론 연령별로도 대부분 사퇴 여론이 더 높은 것으로 나왔는데, 이 뿐 아니라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메트릭스가 연합뉴스·연합뉴스TV 의뢰로 지난 3~4일 전국 유권자 1000명에게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노 위원장의 거취와 관련해 73.3%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왔고 ‘물러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14.1%에 불과했다. (두 기관의 여론조사 모두 표본오차 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선관위 ‘항의 방문’한 與, 감사원 감사 수용·선관위원 전원 사퇴 요구

이 같은 행태를 꼬집어 같은 날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오늘 한 언론 보도에선 선관위 직원들이 관행적으로 큰 선거를 앞두고 휴직을 사용했고 이들의 빈 자리가 고위 간부 자녀들로 채워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이런 비숙련, 세습 직원들이 바로 실전 투입됐으니 제대로 된 선거가 이뤄질 수 있을 리 만무하다”며 “더구나 박찬진 전 사무총장의 비서 역시 아버지가 퇴직한 선관위 직원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런 부정한 형태의 인사 관행 결과, ‘소쿠리 투표’와 같은 총체적 선거 관리 부실이 일어난 것”이라고 선관위를 맹폭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대변인은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썩어문드러진 선관위의 최고 책임자인 선관위원장은 조직 내부 비리에 대해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을 정도로 무책임하고 무능했다. 한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명 중 3명은 노 위원장이 이번 사태에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응답했다”며 “지금 선관위를 바라보는 민심이 이러한데 여전히 국민의 꾸짖음을 무시하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상 선관위의 개혁과 혁신은 난망하다. 노 위원장을 비롯한 모든 선관위원들은 당장 직을 사퇴하고 국민께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만희·박성민·김용판·서정숙·조명희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7일 경기 과천에 있는 중앙선관위를 직접 찾아가 감사원의 감사를 수용하는 것은 물론 선관위원들도 전원 사퇴할 것을 요구했는데,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 의원은 “선관위가 여전히 본인이 제출하는 자료만으로 감사하고, 고발하는 대상만 수사하라고 하는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한 기본자세가 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같은 당 김 의원은 대법관이 비상근으로 선관위원장을 하는 점을 꼬집어 “헌법 그대로 호선으로 해서 된 사람이 상근 역할 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그렇게 마음을 열게 되면 국민 눈높이에서 외부감사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선 윤 정부에서 임명된 국민권익위원회의 김태규 부위원장이 이미 선관위 개혁 방안으로 대통령실에 보고한 것으로 7일 알려졌는데, 헌법에는 대통령 임명 3인, 대법원장 지명 3인, 국회 선출 3인 등 9명의 선관위원이 선관위원장을 호선하도록 되어 있지만 그간 대법원장이 지명한 대법관이 따로 선거 없이 선관위원장을 겸직함에 따라 조직 장악력이 떨어지다 보니 내부에서 특혜 채용 의혹 등이 벌어져도 잘 모르는 문제가 생겼으므로 원래 헌법대로 9명의 선관위원들이 투표를 통해 위원장을 뽑아 상근직으로 근무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선관위를 직접 찾아온 국민의힘 의원들과 이날 비공개 면담을 가진 김필곤 선관위 상임위원은 여론을 의식한 듯 “국민 앞에 낯을 들기 어려울 정도로 송구하다”며 한껏 자세를 낮춘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 의원에 따르면 김 상임위원은 감사원 감사에 대해선 “선관위 차원에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고 의원들 주장을 위원회에 전달하겠다”며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얼마든지 감사원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기관이 가지는 중립성과 독립성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나갈지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 金 선관위원 “盧, 직 연연하지 않아”…민주당 “與, 위원장 흔들지 마”
이번에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게 되면 자칫 ‘선례’를 남기게 된다는 데에 부담을 가진 것으로 풀이되고 있는데, 선관위원장 거취와 관련해서도 김 상임위원은 “노 위원장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퇴 요구도 위원회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고 이 의원은 전했지만 총선을 10개월 앞둔 시점에 과연 선관위가 국민의힘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지는 일단 오는 9일 전체회의 결과를 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선관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거부한다는 목소리를 냈던 이전과 달리 입장을 바꿔 일부 수용할지 여부에 대해 현재 위원마다 찬반이 엇갈린 상황인 것으로 알려져 어느 정도 변화를 보여줄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데, 심지어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선관위의) 유권해석 결정에 대해 정치적으로 굉장히 편향돼 있다고 했더니 선관위가 그 부분도 인정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비록 이 의원이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정정하고 선관위가 “지적에 대해 고민해보겠다(는 차원의 답변)”이라고 정리하기는 했으나 선관위 스스로 비판적 여론을 의식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는데, 감사원도 선관위에 직무감찰을 위한 자료 요청 공문을 보낸 데다 선관위가 끝까지 불응할 경우 즉각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기 위한 수사요청서 작성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고 국민의힘에서도 이번 항의방문에 그치지 않고 이튿날에도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을 위시한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회 등 청년 조직이 찾아와 규탄성명 발표와 더불어 항의서한도 전할 계획이어서 선관위가 받을 압박수위는 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여당의 이 같은 공세에 행안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같은 날 국민의힘의 선관위 항의방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맞불을 놨는데, 김교흥·이해식·천준호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경찰, 감사원에 이어 민주주의를 위한 최후의 보루인 선관위까지 장악하려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감사원을 앞세운 정부여당의 선관위 장악 시도를 당장 멈추라”며 “자녀채용 문제는 노 위원장의 임기 전에 벌어진 일인데 취임도 하기 전에 일어난 일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선관위원 전원 사퇴를 요구하고 연일 위원장을 흔드는 이유는 사퇴로 공석이 된 선관위 사무총장과 사무차장 임명권이 위원장에게 있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유병호 체제 감사원의 선관위 장악 프로그램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선관위에 대한 조사는 권한이 없는 감사원에서 할 게 아니라 국회에서 국정조사로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는데, 같은 당 박광온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권 차원의 총선 기획이 노골화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민주당에선 선관위에 대한 현재 여론 동향보다는 총선 전 노 위원장 체제가 전면 교체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여서 오는 9일 선관위 전체회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벌써부터 정치권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보도국 이철행 rtlch5208@naver.com